볼보 XC90 B6를 마주한 순간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덩치에 압도됐다. 기자의 체구가 작아서였을까. 운전석에 오르니 크기가 더 실감이 났다. 자연스럽게 주행감도 거대한 차체에 걸맞게 묵직할 것이라 생각했다. 엑셀을 밟으니 예상과 달랐다. 곧장 가속력을 높여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XC90 B6였다.
주행에 나서니 부드러운 가속감이 일차적으로 다가왔다. "제동 과정에서 생성된 에너지를 회수해 가솔린 엔진을 지원하는 일명 '회생제동' 방식으로 정지 상태에서 가속시 엔진 반응이 민첩하다"는 볼보의 설명이 실감됐다. 출발할 때 '턱' 걸리는 엔진 느낌도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XC90 B6의 경우 전기식 슈퍼차저와 전기 모터 힘의 영향으로 초반 출발 시 13마력 정도의 출력이 붙어 가속된다는 설명이다.
통상 거대한 크기 차량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경쾌함도 느껴졌다. 이 차량은 전장 4950mm, 전폭 1960mm, 전고 1770mm의 차체를 갖춘 현대차 팰리세이드급 대형 SUV다. 물론 묵직함이 아예 느껴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같은 날 시승한 중형급 XC60 B6와 차이는 분명했다. 다만 덩치를 감안하면 상당히 가볍고 힘 있게 치고 나가는 준수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판단이다. 이 차의 최고 출력은 300마력, 최대 토크는 42.8kg.m로 큰 차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의 주행 성능은 아니다. 순발력과 민첩함도 살아있었다. 스티어링 반응도 예민한 편이었다.
브레이크에서는 약간의 저항이 감지됐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 순간 튕기는 듯한 반응을 보이면서 제동을 저지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훅 감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전자 제어식 브레이크가 적용된 영향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처음에는 살짝 불편하기도 했지만 곧장 이 느낌에 익숙해졌다. 도심 주행에서는 미리 브레이크를 밟고 가야 안전할 듯싶었다.
'안전의 대명사' 답게 '인텔리 세이프' 기능과 같은 웬만한 주행보조기능과 안전·편의 사양은 기본으로 탑재돼 있었다. 9000만원대 고가의 플래그십(최상위) 모델이다 보니 볼보가 더 신경쓴 게 느낌이었다. 작동도 원만히 잘됐다. 올림픽대로에서 차가 좀 막히는 구간이 있었는데 파일럿 어시스트 등 주행보조기능을 사용하니 편리했다.
이 밖에 XC90 B6에는 '공기청정 시스템'이 기본 탑재됐다. 이 기능은 초미세먼지의 유입을 막고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감지해 쾌적함을 유지시킨다. 한번 시승으로 해당 기능의 유용성을 체감하진 못했지만 요즘 같은 시기 참 괜찮은 기능이라고 생각된다. 속력,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정보가 포함된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있어 주행의 편리함을 더했다.
외관은 기존 T6 모델과 비교해 달라진 게 없다고 보면 된다. 볼보 특유의 수직 그릴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이 차의 고급스러움과 웅장함을 높이는 주요 요소라고 생각된다. '토르의 망치'라고 불리는 T자형 풀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 부분은 세련미를 더해준다는 평가다. 실내의 경우 오렌지 브라운 시트 색상이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오레포스 기어 노브다. 크리스탈을 연상시켜 실내 인테리어의 분위기를 한껏 살게 한다. 작동 감각도 좋다. 시동 버튼 위치도 운전자의 손 동선을 고려했다는 판단이다.
XC90 B6 가격은 사륜구동(AWD) 인스크립션 기준 9290만원이다. 상품성은 강화됐으나 기존 가솔린 기반 T6 모델보다 260만원 더 저렴해졌다. 그렇지만 9000만원대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다만 대형 SUV, 고성능 주행감각, 친환경, 안전 이 4가지 모두를 잡고 싶은 소비자에게는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라고 생각된다. 사륜구동이 기본 지원되며 저공해차로 분류돼 공영주차장 할인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 차의 장점 중 하나라는 평가다.
글=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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